내가 좋아하는 책 [전설속의 거장]의 루빈슈타인 편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만일 잠들어 있는 한 피아니스트를 깨워

중요한 서른여덟 곡의 피아노협주곡을 모두 쳐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루빈슈타인뿐이다.

- 판 레무렐, 지휘자

한 3년 전쯤에 이 글을 읽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주일 간 감상과 음반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정보로 다음과 같은 리스트를 꼽아 보았다.

중요한 서른여덟개의 피아노협주곡

베토벤 1, 2, 3, 4, 5,
모짜르트 12, 14, 16, 17, 19, 20, 21, 22, 23, 24, 26, 27,
라흐마니노프 1, 2, 3,
그리그 피협,
차이코프스키 1, 2,
쇼팽 1, 2,
리스트 1, 2,
브람스 1, 2,
바르토크 3,
프로코피예프 3,
생상 2, 3,
멘델스존 1, 2,
슈만 피협,
쇼스타코비치 1, 2

전설 속의 거장 (조희창 지음) 中 에서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피아니스트, 1887 ~ 1982

루빈슈타인의 낙천성과 대중성은 연주회마다 매진 사태를 가져왔다. 1965년이 되자 그의 레코드 발매량은 1백만 장을 돌파했다. 클래식 연주자로선 그 자체로 전설적인 숫자였다.

루빈슈타인의 연주는 동작이 크기로 유명했다. 눈보다 높은 위치에서 건반을 향해 내리꽂히는 그의 포르테는 탁월한 무대 효과를 거두었다.

젊은 시절, 루빈슈타인의 동료들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확실히 그에게는 재능이 있고 사람 역시 좋다. 그러나 그는 게으른데다 음을 잘 빼먹는다.”

그러나 루빈슈타인은 지지 않고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쨌거나 연주가 불안정하다거나 미스 터치가 많다는 지적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타고난 무대 체질이었다. 그에게 연주회는 청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고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내가 죽거들랑 말일세, 자네는 아마도 뭔가 그럴싸한 말을 써넣으려 할 것이네만, 제발 부탁인데 나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만은 쓰지 말게나”

“왜요?”

“왜냐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 말년에 음악 저널리스트 개버티와 산책 중 대화